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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5~6년 전 평창에서 한 달 살기를 했던 기억이 갑자기 떠올라 충동적으로 핸들을 꺾었는데, 그게 제 오랜만의 가장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당시 먹었던 들기름 막국수 한 그릇이 시작이었습니다. 그 맛이 떠오르자마자 지도 앱을 켜고 평창으로 향했고, 결국 옛 골목과 아파트, 눈밭 썰매 흔적까지 하나씩 다시 찾아다니게 됐습니다.



들기름 막국수, 3년 만에 다시 찾아간 이유

 

제가 직접 먹어봤는데, 들기름 막국수는 처음엔 별로 특별할 것 없어 보입니다. 맵고 자극적인 양념 막국수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밍밍하게 느껴질 수도 있거든요.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씹을수록 순메밀(純메밀) 특유의 향이 은근하게 올라옵니다. 여기서 순메밀이란 메밀가루를 다른 잡곡과 섞지 않고 100% 메밀만으로 반죽한 면을 말합니다. 일반 막국수 면보다 끊어지기 쉽지만 메밀 향이 훨씬 진하고, 들기름의 고소함과 섞이면 입안에서 꽤 오래 잔향이 남습니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 위치한 정간의 순메밀 막국수는 제가 처음 방문했던 3년 전과 비교하면 장소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마을 안쪽 조용한 자리였는데, 지금은 식당가 쪽으로 이전해서 웨이팅이 생길 만큼 자리를 잡았더라고요. 먼저 나온 메밀전(메밀 붙임)은 겉은 살짝 노릇하고 안쪽은 촉촉했는데, 자극적인 양념 없이 담백한 구수함이 막국수 먹기 전 입맛을 준비시켜 줬습니다.

들기름을 쫙 두른 막국수는 첫 젓가락부터 고소한 향이 확 올라왔습니다. 양념 막국수처럼 강하게 치고 들어오는 맛은 아니지만, 그 은은함이 오히려 계속 손이 가게 만드는 묘한 중독성이 있었습니다. 식사가 끝나갈 즈음, 구독자 한 분이 자리를 떠나면서 계산을 대신 해주셨다는 사실을 직원분께 전달받았습니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당황했지만, 뒤늦게라도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 메뉴: 순메밀 막국수 1인분 + 메밀전(메밀 붙임)
  • 위치: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속도로 11-5 (현재 이전한 주소 기준)
  • 특징: 들기름 베이스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 웨이팅 있음
  • 순메밀면 특성상 면발이 잘 끊어지므로 빠르게 비벼 먹는 것이 포인트
요약: 들기름 막국수는 자극적이지 않지만 순메밀 고유의 구수함과 들기름 향이 겹쳐 은근한 중독성을 가진 음식으로, 정간의 순메밀은 이전 후에도 여전히 웨이팅이 있을 만큼 현지 명소가 됐습니다.

 

평창 한달살기, 그 시절엔 왜 그렇게 행복했을까

지금 돌아보면 그때는 상황이 복잡했습니다. 유튜브 수익도 나오지 않고, 주변에서는 제대로 된 직장 생활을 권유했고, 사귀던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던 시기였습니다. 딱 그 시점에 지인의 제안으로 평창에서 한 달 살기를 시작했습니다.

한달살기란 짧은 여행이 아니라 한 지역에 최소 한 달 이상 머물며 현지 일상을 체험하는 체류형 여행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관광이 아니라 '일시적 거주'에 가깝습니다. 숙소를 베이스캠프 삼아 입사 지원서도 쓰고, 촬영도 하고, 눈밭에서 박스 썰매도 타면서 그 시간을 채웠습니다.

한달살기의 체류형 여행이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출처: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도시 외 지역 장기 체류 관광 트렌드는 202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으며, 특히 강원도 지역이 주요 한달살기 목적지로 자주 언급됩니다.

그때가 행복했던 이유를 지금도 생각해 봅니다. 걱정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근심은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걱정을 혼자 안은 채 눈 덮인 골목을 걷거나 새벽에 막국수 집 문이 열리길 기다리던 그 단순한 루틴이, 뭔가 마음을 덜어줬던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콘텐츠 일정이 빽빽하지도 않았고, 하루를 그냥 그 하루로 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요약: 평창 한달살기는 힘든 시기와 겹쳐 있었지만, 단순하고 느린 일상이 오히려 그 시간을 인생에서 손꼽히는 행복한 기억으로 만들어줬습니다.

 

이글루, 박스 썰매, 그리고 디스크

5~6년 만에 다시 찾아간 올림픽 아파트 뒤편 동산. 지금은 그냥 평범한 비탈이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눈이 가득 쌓였던 그 겨울에 저는 저 비탈 위에서 박스 썰매를 탔습니다.

당시 함께 간 지인들과 마트에서 네모난 박스를 사 와서 직접 만든 썰매였습니다. 제대로 된 방한용품도 없이 시작한 탓에 발가락 감각이 없어지도록 눈밭에서 놀았고, 나중엔 이글루까지 만들었습니다. 이글루(igloo)란 원래 이누이트족이 눈과 얼음 블록을 이용해 반구형으로 쌓아올린 전통 가옥 구조물입니다. 그걸 도심 아파트 뒷동산에서 박스로 재현하고 있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꽤 창의적인 현장이었습니다.

문제는 박스 썰매를 타고 내려오다가 비탈 아래쪽에 있는 턱에 엉덩이를 그대로 부딪힌 것입니다. 그 충격으로 추간판 탈출증(디스크)이 터졌습니다. 추간판 탈출증이란 척추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추간판이 외부 충격이나 압력에 의해 제자리를 벗어나 신경을 압박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꽤 오랫동안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고, 그게 아직도 제 몸에 남아있는 평창의 흔적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기억을 떠올릴 때 아픔보다 웃음이 먼저 납니다. 함께했던 사람들도 지금도 "그때 진짜 좋았지 않냐"고 말하는데, 저도 그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힘들고 아팠던 기억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오히려 그 시절을 특별하게 만드는 장면이 된 것 같습니다.

요약: 이글루, 박스 썰매, 추간판 탈출증까지 이어진 그 겨울 동산의 기억은 아프지만 웃긴, 그래서 더 오래 남는 추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5년 뒤엔 추억이 된다

추억 여행을 하면서 느낀 건 하나였습니다. 그때는 정말 별것 없는 하루들이었는데, 지금 다시 찾아오니 모든 게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이걸 보면서 지금 제가 보내는 하루들도 결국 같은 방식으로 쌓이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억 여행(nostalgia travel)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노스탤지어 트래블이란 과거에 머물렀던 장소나 경험을 재방문함으로써 감정적 충전과 자기 정체성 확인을 동시에 얻는 여행 방식을 말합니다. 단순히 관광지를 다시 찾는 것과는 다르게, 그 장소에 쌓인 개인적인 서사를 복기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추억 여행이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진다는 시각도 있는 반면, 지나간 것에만 집중하다 현재를 놓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는 이번 평창 여행을 마치고 나서 두 번째 관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5~6년 전 평창의 모습을 찾아다니는 데 집중하다 보니, 지금의 평창이 어떻게 변했는지, 지역 주민들의 삶이 어떤지는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습니다. 추억과 감성이 강할수록 현재의 현실을 보는 눈이 흐려질 수 있다는 것도 제 경험에서 배운 부분입니다.

그래도 이 여행이 준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5년 뒤엔 추억이 됩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평창 지역은 관광 인프라가 크게 확충됐고, 출처: 강원도관광재단에 따르면 평창은 사계절 관광지로 꾸준히 방문객이 유입되는 지역입니다. 그 변화 속에서도 정간의 순메밀 같은 오래된 맛집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건, 그것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후회 없이 재밌게 살자는 말이 처음엔 가볍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5~6년 전의 제가 그 말을 실천했기 때문에, 지금 그 시절을 행복하게 기억할 수 있다는 걸 이번 여행에서 다시 확인했습니다.

요약: 추억 여행은 과거를 복기하는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경험으로, 현재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곧 미래의 추억의 질을 결정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정간의 순메밀 막국수 위치가 바뀐 건가요?

A. 네, 예전에 평창 신내 쪽에 있던 자리에서 다른 식당가 쪽으로 이전했습니다. 현재 주소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속도로 11-5이며, 이전 후 방문객이 많이 늘어 웨이팅이 생길 정도입니다. 방문 전 전화로 영업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Q. 들기름 막국수가 일반 막국수랑 뭐가 다른가요?

A. 일반 막국수가 고춧가루, 간장, 식초 등의 양념을 베이스로 하는 데 반해, 들기름 막국수는 들기름을 면에 두르고 간장이나 소금으로만 간을 합니다. 자극적인 맛보다는 들기름의 고소한 향과 순메밀 면의 담백함이 조화를 이루는 게 특징입니다. 처음엔 심심하게 느낄 수 있지만, 먹을수록 은근한 중독성이 있다고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Q. 평창 한달살기, 지금도 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평창은 2018 동계올림픽 이후 숙박 인프라가 크게 늘어 한달살기에 적합한 환경이 갖춰져 있습니다. 한달살기의 핵심은 관광이 아니라 현지 생활 루틴을 따라가는 체류형 여행이므로, 단기 임대 숙소와 생활 편의시설 접근성을 먼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강원도관광재단 홈페이지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Q. 추억 여행이 실제로 심리적으로 도움이 되나요?

A. 노스탤지어 트래블, 즉 추억 여행이 자기 정체성 확인과 감정적 충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과거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현재를 놓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균형의 문제였습니다. 과거를 복기하면서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추억 여행은 꽤 좋은 심리적 리셋 방법이 됩니다.

 

결론

평창 추억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정리된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그때의 행복은 장소가 만든 게 아니라, 그 시절 제가 하루를 쓰던 방식이 만든 것이었다는 겁니다.

들기름 막국수 한 그릇으로 시작해서 옛 아파트 뒷동산까지 걸어본 하루였는데, 그 짧은 동선 안에 꽤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추억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한 가지만 말씀드린다면, 옛날 장소를 찾아가는 것보다 그 시절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다시 만나는 게 이런 여행의 진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평창은 그런 여행을 하기에 여전히 좋은 곳이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LiUDRQ5cXY